사용기를 빙자한 에세이 – 라이카M, 1년의 시간을 돌이켜보며
안녕하세요, 사진가 김종우입니다. 정말 정신없이 흘러간 2020년이었습니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차리고 보니 연말을 맞이하고 있더군요. 새해 카운트 다운도 안보고 누워서 뒹굴다 그냥 잠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맞이한 아침, 어느 때처럼 모닝 클량을 시작하면서 사용기 게시판에 로로코코로코로(이하 로로코님) 님이 작성하신 라이카 M10 사용기를 읽었습니다. 너무 반가웠어요, 스르륵이나 미러리스 관련 카페가 아닌 클리앙에서 라이카 사용기를 보았다는 것 그 자체에 때문에요. 그래서 저도 미루고 미루어왔던, 사용기를 가장한 에세이를 적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새해 첫 아침부터 키보드를 정신없이 두들기고 있습니다. 정신 사나운 포스팅이므로 가벼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라이카 카메라는 AF가 지원되는 미러리스 카메라인 CL,SL,X 등의 시리즈와 중형카메라인 S시리즈, 그리고 AF가 아닌 Range Finder라 불리우는 이중상 합치로 사진을 촬영하는 M시리즈가 대표적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러한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는 일반적으로 필름 카메라에서 많이 사용이 되고 있는데요, 현재도 필름 카메라를 생산하고있으며,(비록 주문 후 수령까지 수개월이 걸리긴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에서 조차도 RF system을 적용하여 이용자에게 “불편함”과 “재미있는 정성”을 주는 브랜드는 라이카 뿐일 것입니다.

#2
현재 메인 카메라로 사용하고 있는 Leica M10-D의 스펙입니다. 필름카메라는 leica M7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녀석도 나중에 사용기에서 가볍게 다뤄보겠습니다. 24MP의 평범한 미러리스 카메라인데 라이카 디지털 카메라 치곤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화면이 없다는 것이죠. 대신 후면엔 노출 보정과 Wi-Fi / POWER ON-OFF 다이얼이 큼지막하게 박혀있습니다. 참, M10 시리즈는 동영상 촬영도 안됩니다.그 와중에 이녀석은 디스플레이도 없애버려서, Leica FOTOS라는 앱을 이용해 카메라 설정과 이미지 리뷰를 해야합니다. 한 마디로 결과물은 작업끝나고 보던가, 집에가서 보라는거죠. 오로지 사진 촬영 그 자체에만 극단적으로 집중한 녀석입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M10보다는 배터리가 오래가는것 같아요. 한 번 충전하면 특별히 작업이 몰리지 않는이상 일주일 정도는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3
라이카 M10 시리즈는 몇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져있습니다. 기본형인 M10에서부터 상판에 새겨진 professional의 의미가 담긴 LeicaCamera 각인과 라이카의 상징인 Red dot이 제거된 P 모델(터치 스크린과 정숙해진 셔터음은 덤입니다) , JPEG든 DNG든 오로지 흑백으로만 촬영되는 Monochrome 의 M10-M, 고해상도 작업에 적합한 High Resolution M10-R, 그리고 Display를 제거하여 오로지 사진 촬영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필름 감성이 묻어나오게 만들어진 M10-D가 그 카테고리의 대표 주자입니다.

#4
저는 주로 거리 사진을 촬영합니다. 그래서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많은 시간을 한국과 세계 여러 도시를 진득하게 걸으며 보냈습니다. 그러다 맞이한 순간의 찰나를 잡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요. 하여간 그런 이유로 2018년 중순에 구매한 녀석이 소니 a7m3였는데, 정말 신세계더군요. 이것이 바로 현대 기술력의 절정인가 싶었습니다. 영상촬영까지 뚝딱 해내던 기특한 녀석이었으니깐요. 하지만 점점 촬영이라는 행위 그 자체가 점점 편해지기 시작하자 무언가 중요한 나사가 하나 빠져버린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게말해 라이트룸을 이용한 사진 편집은 여전히 재미있지만, 촬영은 뭔가 재미가 없다라는 생각이었달까요.
거기다 카메라는 일본산 제품이 아니면 대안이 없다라는 것에도 무언의 반발감이 생겨서, 라이카 M10을 덜컥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캐논과 후지를 거쳐 “이 녀석 하나면 모든걸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 소니 장비를 작년 초에 헐값으로 모두 처분하였습니다. 병행하면서 사용해야겠다고 구입한 M10이 메인으로 자리잡았던 a7m3를 밀어내버린거죠.
이하의 내용은 제가 클리앙의 로로코님 사용기 게시글에 남긴 코멘트를 바탕으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개인적인 입장에선 디지털 바디만 놓고 비교해보면 이미지 퀄리티의 차이는 무의미합니다. “아 역시 천만원짜리 카메라니까 뭔가 다르구나, 확실히 더 선명한것 같다..”이런건 말도 안되고요, 소니로 찍은 사진이나 드론을 활용하여 아이폰과 함께 작업한 사진이나, 라이카로 초점을 맞춰가며 찍은 사진이나 블라인드 테스트하면 구분 못해요.
다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것은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큰 차이가 나타납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후지나 캐논, 소니가 주었던 감정은 “내가 사진을 만들어내는 기계”처럼 조건반사적으로 셔터를 눌러대다보니 수천장의 이미지 파일이 만들어지게 되고, 그 중에서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할 베스트 컷을 고르는게 큰 골칫거리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떻냐고요? 애초에 사진을 담아낼때부터 많은 생각과 연구를 하여 “정성”을 들여서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촬영 시간은 기존보다 길어졌지만 그 시간속에서 촬영의 즐거움을 얻게되었고, 그 즐거움과 정성은 결과물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어 있습니다.”

#5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라이카 M으로 담아냈던 시선의 일부를 여러분들과 나눕니다.
비싼 가격과 빨간딱지라는 상징성 때문에 핫셀블라드보다도 라이카에 명품 프리미엄이 붙는것 같은데요, 앞선 로로코님의 게시글에 남긴 코멘트처럼 명품이냐 아니냐는 생각하기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장비는 조심스럽고 험하게 쓰는게 맞다(으..응?)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애초에 저는 그런 명품이라는 물건을 바닥에 떨어트려서 하판이 살짝 찌그러지기도 하였고, 엄지그립 부분은 움푹 패여서 꼴사나운 모습이 되어버렸거든요. 생각하고, 사용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부족한 시선이지만 한 분에게라도 일말의 영감을 드릴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 사진에 집중될 수 있도록 워터마크는 넣고 있지 않습니다만,
불펌이나 무단 도용은 자제 말씀 부탁드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2019.11.Los Angeles




2019.12.New York




2020.01 San Francisco



2020.02 – 실루엣

2020.03 – 재택근무

2020.04 – 환승 대기

2020.05 – 손만두

2020.06 – #StayHome

2020.07 – 적막한 여름


2020.08 – 폭우

2020.09 – 비보호

2020.10 – 기다림

2020.11 – 필름 현상소

2020.12 – 서울

#6
정말 기록적인 폭우와 더불어 COVID-19 때문에 많은 것이 변해버린 한 해였어요. 그래도 1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정말 많은 지름(?)을 하였고, 내 가족들과 주변의 삶을 더 깊게 살펴보게된 것 같습니다.
부족한 포스팅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