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book Pro 16” 1년 4개월 두서없는 단상

#0 가벼운 사용기
안녕하세요, 포토그래퍼이자 엔지니어인 김종우 입니다.
M1 칩셋이 호황을 이루는 가운데 최근 아이맥 프로를 영입하면서 16인치 인텔 맥북프로와 병행한 투 맥 시스템을 운용하다보니,
책상 한 편에 자리 잡아 1년 4개월간 사용중인 맥북프로에 대해서도 가벼운 이야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전문적인 IT 리뷰가 아니라 사진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간단하게 나열한 것뿐이오니 가볍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주절주절 시작해볼게요.


제가 MacOS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진 편집입니다.
사진 작업을 위해 주로 Adobe 포토샵과 라이트룸 클래식, 인디자인, 브릿지 등의 소프트웨어를 맥북프로 16인치와 아이맥 프로에서 사용 중인데, 사실 이 친구들이 그리 가벼운 소프트웨어는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불편함을 제외하면 제가 사용하는 기준에선 이 두 녀석이 충분히 제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번외로 해외에서 필름 메이커와 포토그래퍼로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지인들도 여전히 16인치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16인치 맥북프로를 구매하기 직전엔 2017년형 터치바 15인치 고급형 모델을 사용하였습니다.
키보드 문제로 두 번정도 상판 교체를 받다 보니 진절머리가 나서, 처분하고 16인치 기본형 모델로 갈아탔었네요 😦


#1 MBP 16″
2020년 2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16인치 모델 구매 후 첫 몇 달 동안은 기본형 모델을 사용하였습니다.
i7-6core에 16GB ram, 512GB SSD, 라데온 5300m 4GB의 모델이었죠. 사실 2017년형 15인치 터치바 고급형 모델도 크게 문제없이 사용했던 터라 기본형 모델이면 충분하겠지 싶었고, 실제로 바라보았을 때 약간 커진 화면 사이즈와 키보드 말고는 크게 감흥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4K모니터에 클램쉘 모드로 사용하던 터라 외부에서 작업할 때 말곤 화면을 보거나 새롭게 바뀐 키보드를 두들길 필요도 없었어요.
그렇게 사용을 하다가 왠지 모르게 마음 한 석이 슬금슬금 가렵더군요,
과연 내가 이 녀석을 데리고 고장 날. 때까지 사용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됩니다.


#2 고급형 모델 구매
역시 첫 판부터 끝판왕을 가야 한다고 –
기본형 모델을 사용하던 중 결국 “이왕이면”이라는 병이 도지게 되어, 사용 도중 고급형 CTO 모델로 갈아타게 되는데,
i9 8core, 1TB SSD, 5500M 8GB, 32GB ram의 주문제작 모델이었습니다.
여기에 애플 케어 플러스로 쇄기를 박았습니다.
사실 기본형 모델을 사용할때도 성능에 대하여선 크게 아쉬움이 없었어요.
다만 상기한 “이왕이면”이라는 병때문에 여러 유튜브와 레딧 포스팅을 알아본 결과, 제가 사용하는 기준에선 적어도 8코어에 램은 32기가 정도는 돼야 10년은 쓰겠다는 판단이 섰었어요.
결론은 심리적으로 만족합니다.
체감되는 성능이 투자 대비해서 그렇게 크진 않지만, 확실히 32GB Ram은 모니터와 연결하여 이런저런 작업을 함께 수행할 때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5600M이 발표되어 갈아탈까 말까 살짝 망설였지만, 아이맥 프로의 영입으로 그 마음을 달랬습니다.
#3 엔지니어와 사진가를 위한 성능
제가 M1 맥미니까지 들였다가, 그냥 환불해버린 결정적인 이유가 사진 작업에 있어서 체감 성능이 제 기준으로는 “드라마틱하게 크지 않았었다”라는 이유였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사용할 때 M1 맥미니는 빠릿빠릿하고, 조용하고, 좋았어요. 허나 아직 BigSur라는 운영체제는 저에게 최적화가 되어있지 않았고, (아이맥프로와 맥북프로 모두 카탈리나 사용중입니다.) 라이트룸 클래식 기준으로 맥북프로 16인치 모델과 비교해서 별반 차이가 없었던 퍼포먼스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시간이 지나 최적화를 거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엔 무리하면서까지 맥북프로를 처분하고 넘어갈 명분을 못 찾았어요. 신제품 출시 오로라로 감가를 고려하여 헐값에 팔기엔 그 폭이 너무 컸고요.
다만 기본형 모델을 사용하던 때, 집에서 주로 클램쉘 모드로 사용하면서 라이트룸 클래식까지 돌리려니 발열이 조금 신경이 쓰였습니다.
흔히들 말씀하시는 80~90℃는 아니었지만, 미미한 팬소리가 지속되는게 여간 신경이 쓰여서 Sonnet 650W의 EGPU 까지 이용하게 됩니다. 평균온도는 40~50℃를 유지해주어 만족하면서 사용을 하였는데, 16인치 고급형 CTO 제품군과 아이맥 프로를 영입하면서 처분하게 됩니다.
저는 현재 24MP 화소대의 디지털 카메라인 Leica M10-D와 필름 카메라인 Leica M7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필름 같은경우엔 Epson V850 스캐너를 이용해 자가스캔을 하고 있는데, tiff파일 100메가 정도의 장당 사이즈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Auto CAD를 이용한 설계 업무의 검토 및 수행까지 포함해서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맥북프로 16인치는 디지털 이미지 편집 작업과 더불어 필름 자가 스캔 프로세싱까지 진행하는 저에게 있어 충분한 성능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단 한 번도 성능 때문에 필드나 작업실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4 사진가를 위한 답이 없는 무게
무게는 정말 답이 없습니다.
코로나 이전 해외 촬영 나갈때마다 드론을 비롯한 카메라 장비도 많이 들고다니고, 군대에서도 60mm 박격포 포수였던지라 무거운 백팩을 짊어지고 오랜 시간 걸어다니는 행군만큼은 자신있었는데, 16인치 맥북프로는 카메라와 함께 1시간만 백팩에 넣고 다니면 어깨가 “형님 힘들어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더군요.
일례로 2019년 11월에 15인치 맥북프로와 매빅2프로, 그리고 소니 A7M3, 85mm F1.8렌즈를 짊어지고 홍콩 빅토리아 피크를 걸어 올라갔는데, 그때 느꼈던 “왜 트램을 타지 않고 걸어올라가고 있지?”라는 깊은 빡침이 16인치를 휴대하고 다닐때마다 “가끔”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4월에 짧게 제주도에 다녀올 일이 생겼는데, 과감히 가방 구성에서 맥북프로 16인치를 제외해버렸어요.
그 덕에 편안하게 잘 다녔죠, 서울와서 폭풍 작업을 한 건 비밀이지만.
그러다가 최근 들어선 체중 관리 겸 땀좀 흘리자는 생각에 자주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5 앞으로 쭉 안고갈 친구
저는 현재 아이맥 프로와 맥북프로 16인치를 이용해 사진 편집,
DWG 도면작성 및 트위치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맥북프로는 외부에서의 AutoCAD 도면 편집 및 트위치 라이브 스트리밍 시 캡처보드를 이용한
방송 송출용 컴퓨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OBS를 좀 더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해 부트캠프를 설치하여
이용중입니다.
아주 기특한 녀석이에요,
엄청 험하게 굴리고 있기도 하지만. 현재 제품군을 너무나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중고로 처분할 용기따위는 나지 않기에 M1 제품군은 별 생각도 안하고 있기도 하는데요, 순수한 호기심으로 차세대 애플 칩셋을 탑재한 맥북프로 16인치가 어떻게 나올지 굉장히 기대가 되긴 합니다.
물론 이 녀석들이 재기불능할 때까지 사용해야 M칩셋 맥 제품군을 들이겠죠:)

어쩌다 보니 두서없이 1년 넘게 사용해온 친구에 대해서 주절주절 써놓은 것 같습니다.
전자제품 특성상 한 해가 지날수록 그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친구와 저는 아직 함께 나아가야할 길이 너무 멀어 그것까진 생각하지 못하겠어요,
오히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그 가치가 더욱 상승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이 친구랑 열심히 한 번 지내보려고 합니다. 🙂
아직 16인치 맥북프로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줄 알고 있어요,
한 두 번 정도는 다시 한번 이 녀석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는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